-key-
- 인류의 '진화'와 '기억'에 대한 SF소재에요.
- 인간의 존재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요.
인간의 뇌를 오버클럭하기
인간의 평생 뇌 사용량은 용량 면적의 10% 내외,
항상성을 제외한 칼로리의 대부분은 뇌가 소비합니다.
깔짝깔짝 죽을 때까지 한번 활성화를 할 때 10% 안팎으로 사용하던 뇌의 사용량을 한 순간에 100%로 끌어올린다면?
이 궁금증이 핵심 주제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최근 뇌과학이나 생물학의 유행이 어떤지 몰라도 인간은 뇌의 10프로가 아닌 전체를 사용한다는 설도 무게가 실린 모양이지만.
여기서의 뇌 100%는 뇌의 생물적, 물리적인 소모가 아닌 기억 저장소로써의 활용도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미래의 일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뇌의 사용을 과거의 기억을 저장하고 활용하는 용도로써 봤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일단 영화상의 설정에서는 사용량의 100%까지 도달하는 동안 인간의 몸으로 버틸 수 없기 때문에,
(열량을 소비하는 속도를 섭취와 소화가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신체조직이 붕괴, 생물학적으로는 사망이 되지요.)
에반게리온의 명대사 "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돼!"의 결론이 나지만요 ㅎㅎ
25%를 넘어가면서 신체를 의지대로 조율할 수 있게 되는데, 이따금 서프라이즈 같은 프로그램이나 책자에서 보던
"심장 박동을 의지대로 조종한다"는 등의 이야기도 이 이론으로라면 가능하다는 것이 되겠어요.
그래서 천재박명이라는 말도 어불성설은 아니겠다 싶기도 하구요..
진화론에 맞춰 인간이
단세포 생물에서 분화하고 또 분화하면서 다세포가 조직을 이루고 조직이 기관이 되고 기관이 모여서 몸을 이루게 되는 과정을 거쳐 진화했다면
[100%의 뇌]는 진화과정에서 축적되었던 100억년의 데이터를 모두 열람하게 되는,
한마디로 과학의 가장 원초적인 궁금증인 "탄생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로도 이어지게 된다는 흐름이 있습니다.
그래서 뜬끔 없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최초의 인류)인 '루시'를 조우할 수 있었던 것이죠.
실제로 시간을 뛰어넘은 것이라기보다는,
보통 사람은 열람할 수 없는 유전자 단위의 기억까지도 모두 열람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인 루시와 호모 사피엔스사피엔스인 루시의 시공을 초월한 조우 장면을 넣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루시는 신이 된 것인가?
루시의 뇌가 100%에 다가갈수록 전 예전에 읽었던 현대물리학, 시간과 우주의 비밀에 답하다 - 숀 캐럴의 책이 떠올랐어요.
시간의 화살, 시간의 가역성은 아무리 100%의 뇌로라도 초월할 수 없는 영역의 문제이기 때문에, 루시가 신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구요.
(생물초월적인 부분이 있는 건 맞지만 여전히 시간의 가역성 룰이 적용되는 존재일 뿐)
어디로든 갈 수 있다와 I'm everywhere 역시
우주와 지구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쌓여온 데이터 안에 인류의 역사와 지구 곳곳의 데이터들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미대륙의 역사 따위는 최하위 카테고리 ㅎㅎ)
모든 기억들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 테구요.
그 때문에 과거 숫자와 언어의 발달 과정 역시 기억의 역행으로 습득하게 되었다면...
(자동 인터프리터는 굉장히 편리한 기능이겠는데요. 전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부러웠어요 ㅋㅋ)
문자와 언어를 초월했다는 것은 이런 의미를 포함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기의식적인 주제로도 "내가 알고 있다", "나는 존재한다" 역시 포함되는 주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시각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주행 중인 자동차"의 존재도
자동차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할 것인가,
내가 알고 있음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의 방향에서 봤을 때도 상당히 철학적(과학)인 주제일 것입니다.
신체 붕괴가 실시간으로 진행 중인 루시는
인간이 만든 숫자와 문자의 개념이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존재 증명의 방식으로는 '시간' 밖에 없다는 개념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신체붕괴의 해결 방법도 문제지만,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알리기 위해 1분1초가 아쉬운 카운트다운에 쫓기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결국, 인간 하나로는 감당하기 힘든 방대한 기억과 데이터 덕분에
루시는 인간의 몸 따윈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듯합니다.
영화의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지성과 인성 완성의 정점인 " 지식 전파 "를 위해 자신이 깨달은 모든 기록을 USB로 남기기를 선택한 루시와
그에 따른 조언을 해준 모건 프리먼은 인간의 100% 뇌로 무엇인가 음흉한 짓을 할 것 같지는 않네요. :)
왜 하필 USB가 나오는 것일까?
왜 또 굳이 USB가 나와서 사람을 실소하게 만드느냐는 질문도 많았는데
아마 루시가 80년대에 만들어졌다면 USB가 아니라 플로피 디스켓으로 나왔겠죠.
(하지만 용량이 고작 몇비트 수준이 아닌.................엄.청.난.용.량.의............. 디스켓이겠죠. 고작 저장소 하나에 얼마나 많은 용량이 저장가능할지...)
현재 현존하는 가장 획기적인 저장소이면서 부피로 봤을 때는 한 개인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싶네요.
커다란 슈퍼컴퓨터처럼 거대한 덩어리가 아닌, 우주의 한 티끌과 다를 바 없는 루시 한명의 인간의 부피를 의미한 것일 수 있구요.
USB가 손가락 몇마디 크기인 주제에 몇테라씩 집어 넣는 세상이잖아요.
작은 개인에게 인간 하나가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라 추측합니다.
다만 최민식이라는 배우의 무게와 우리나라에서의 의미, 인지도를 따진다면 참.. 아까운, 혹은 굳이 최민식이 아니었어도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으로써의 역할은 다분히 잘 소화하셨습니다. (이 정도 연기력이 아니면 어려웠을 악역...)
형사의 투입도 상당히 뜬끔포이고..
모건 프리먼도 돕는다고 하기엔 .. 지나는 길에 만난 배려심 깊은 행인 정도의 무게감이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이 혼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현실적 시간(영화상에서의)도 촉박하고
소재의 스케일이 워낙에 크다보니 러닝타임에 비해 많이 건너뛰고 생략된 느낌이 들었지만..
생각하고, 아는 만큼 상당히 흥미롭고 재밌는 발상과 소재였다고 생각합니다.
또, 혹평 내용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느와르 액션 장르와의 조합이 상당히 무리수였다 싶기도 하네요 ㅋㅋㅋ
그렇다해도 대체 무슨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도 사실 별 의미 없는 추적이 아닐까합니다.
영화의 메시지는 [그래서 왜?] 가 아닌 [그러니까 앞으로 어떻게?]이기 때문이에요.
뭘 주제로 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아무래도 지식 기반이 부재한 탓일 것 같지만..
아스트랄계 주제라며 까이고 있긴 하지만,
자칫 다큐멘터리가 될 뻔한 영화를 약간의 액션 양념을 넣어준 덕에 (물론 매운 맛 소스와 담백한 면이 따로 노는 느낌이지만)
전 개인적으로 루시에 대한 혹평이 많아서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재밌게 봤어요.
약간의 현대물리학이나 생물학, 진화론 등에 관련 자연계 지식이 있다면 꽤 즐기며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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