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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 : 리뷰 저널

 
일루셔니스트
당신에게 찾아온 마법 같은 순간! 텔레비전과 영화, 록 스타의 유행에 밀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는 일루셔니스트는 자신이 설 수 있는 무대를 찾아 이곳 저곳을 떠돌던 어느 날, 스코트랜드의 한 선술집에 공연을 하던 중 순수한 소녀 앨리스를 만나게 된다. 일루셔니스트의 무대에 반한 앨리스는 다음 무대를 찾아 떠나는 일루셔니스트를 따라 여행에 나서고, 뒤이은 모험은 그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데…
평점
8.2 (2011.06.16 개봉)
감독
실뱅 쇼메
출연
장-클로드 돈다, 에일리 란킨, 던칸 맥닐, 질 아이그롯, 디디어 구스틴, 프레데릭 레본

 

 

 

-key-

  • 시대와 사회의 쇠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요
  • 꿈과 희망의 형태가 변화하는 과정을 형상화한 작품이에요.

 


 

 

하필 포스터 이미지에도 자신의 마술 테이블을 들고 나가는 모습이야......

커튼 너머 무대를 살피는 것 같기도 하고, 무대를 벗어나 퇴장하려는 것 같기도 한 장면이네요.

 

이건 뭐 포스터에서부터 꿈도.... 없고, 희망도........ 없고.

 

실벵 쇼메 감독의 포근한 그림체와 갬성을 파괴(?)하는 드라이한 스토리의 애니메이션 리뷰입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감상 예정이신 분들은 아래의 리뷰를 읽지 마시기를 권장합니다.

 

 


 

.

흑백의 도시, 이런 캬바레 느낌의 간판들과 재즈가 잘 어울려서 취향 저격.

 흑백이 강조되어서 어라, 컬러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컬러는 이런 색감이었어요.


이미 한 물 간 마술사의 진부한 레퍼토리의 마술쇼에 관객도 고용주도 시큰둥할 뿐이고,

점점 꺼져가는 조명처럼 그의 무대도 사장 되어가는 그 시절을 따라

홀로 조용히 살아가던 마술사는 그렇게 프랑스에서 설 자리를 잃은 채로 바다 건너 섬 나라 영국으로 떠납니다.

늙은 마술사의 노곤함이 느껴지네요.


자신이 설 무대를 찾기 위한 것이지만 고단하기만 한 그의 여행.
영국도 프랑스와는 별반 다를 바 없는 환경이습니다.

무심한 관객들의 반응과 마술쇼가 아닌 캬바레의 무대에서도 찬밥 신세..

저 양들은 또 뭐야..

결국 그는 밀려 밀려 북구 지역의 시골까지 떠내려가듯이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변방에까지 도달한 마술사는 전기도 없고 가전 제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작고 허름한 시골의 한 펍에서 동네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은 초라한 무대에서 처음으로 박수를 받아봅니다. 

새침하고 세련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호응을 얻고 조금 용기를 내어 다시금 조금씩 도시로 나아갑니다.

그 영국의 시골에서 만난, 영어를 할 줄 몰라 모든 대화를 손짓 발짓으로 하는 늙은 마술사를 진짜 '마법사'라고 믿고 있는  순박한 청소부 소녀. 앨리스와 함께.

고단한 그의 삶에 의미를 준 소녀와의 만남

뭔가 소녀를 만나 코믹한 헤프닝과 우여곡절도 있지만 잘 풀리기를 바랐던 안일한 기대를 무참히 쓸어 버리고...

반전은 없었습니다.

발버둥쳐도 조금 나아지는 듯 싶다가 다시금 침잠하는 일상, 점점 메마르고 피폐해져가는 정신, 풍요롭지 못한 마음 도시에서 만난 복화술사, 저글링 곡예사들의 저물어가는 삶을

중고 물품 채리티 숍의 쇼윈도에 팔려가 앉혀진 복화술 마리오네트와 공사장을 비추며

유리창 너머의 풍경처럼 무기력하게 보여줍니다.

 

곡예사들은 자신들의 본업과는 멀어진 직장생활로  돈을 벌어 먹고 살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재능과 기술은 진짜 무대에 설 수 없다면 정말로 원하는 가치를 얻었다고 보기 힘들겠지요.

마법사는 없어


소녀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알려줘야하지만

한편으로는 순진한 그녀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었던 늙은 마술사는 그녀에게 가장 좋은 옷과 추억을 남겨주고는 자취를 감춥니다.

 

소녀 역시, 정말로 사랑을 주는 좋은 인연이 될 지, 혹은 어린 여자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부유한 남자와 함께 떠나며 막을 내립니다.

 


 

해피엔딩이냐 새드엔딩이냐를 떠나서 신파도 없고 건조한 스토리인데다가

그저 바람 한 점 없는 한가로운 오후에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하게 흘러가는 흐름인데도 

왜 이렇게 명치가 꽉막힌 것처럼 답답하고 우울한지..


꿈도 희망도...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오로지 그림체와 색감만 보고 뭔가 디즈니처럼 아기자기한 스토리나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처럼 희망이 있을 줄 알았는데 고구마 백개를 한번에 먹은 갑갑함이 떠오릅니다.

 



 

어디로 갔는지, 어디서 뭘 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마술사가 

소녀의 인생에서 정말 마술처럼 사라져 버린 후에 어디선가 그가 다시 무대에 섰을 지를 물음표로 남겨둔 채 

 

날씨 탓인지, 분명 부드러운 색감이 가득한데도 음울한 도시의 빛깔 탓인지 

해소되지 않는 이 갑갑함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전 영화가 끝난 지금도 정확하게 말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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