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쓰라린 기억이 있는 실패담입니다만...
그래도 삽질은 씹고 뜯고 맛 보고 즐기는게 제 맛!
필사에 좋은 친구는 무엇일까요? 종이 책? 글쎄요.. 건강한 자세를 위해서는 독서대 같은 거치대가 필요합니다.
썩 편리하진 않네요.
그럼 모니터? 아니요.
아이패드? 더 아닙니다.
바로, e북 리더입니다!!
전자 잉크로 눈도 편하고!
조명 조절도 따로 필요하지 않고!
심플하게 이쁘고!
책이 자리를 차지하지도 않고요!
SD카드만 있으면 나의 우주는 무한!
필사 한다고 앉았다가 영상을 켜거나 릴스 본다고 삼천포로 빠질 위험도 없고요!
그렇게 룰루 랄라 전자 책을 읽던 어느날, 발에 채이는 네모난 물체를 발견.
백화점에 갔다가 충동구매를 했는데, 종이 질이 재생지 처럼 생겼기 때문인지
섬유가 너무 푹신한데다 유성 볼펜이나 연필 아니면 도무지 쓰기가 너무 힘들어서, 방치했던 노트를 자각!
그리하여 이 e북 리더를 사면서 함께 샀던, 그리고 밋밋한 디자인과 장착 시 증가하는 무게로 다소 많은 실망감을 갖고 있던 e북 리더 케이스에 그 녀석의 가죽을 산 채로 벗겨서 이식하기로 합니다.
자 수술을 시작하지
피카 피카 부 ~를 부르고 싶기도하고 키치함이 흐뭇해지기도 하는데, 흐뭇한 건 흐뭇한 거고
놀고 있는 물건의 새로운 용도를 찾아 여정을 떠나야 합니다.
난 정말.. 그때는 플라잉 타이거 이게 덴마크 출신인 줄 알았다니까.....
일단 노트의 출신국을 몰랐다는 점을 다시 짚고 넘어갑니다...아, 무튼!
다른 의미로 미치코 런던이나 엔 할리우드 만큼이나 저 혼자 반전 쩐다며 전율했고요.
면지를 분리한다던가, 책등이 찢어지면 안된다는 등의 정보로 책의 구조를 알고 있으므로
가공 전문가에 빙의하여 그 순간만은 하얀 거탑 BGM을 틀어놓고 커터 날을 든 손을 움직이며 해체를 시작.
건조시킨(?) 싱싱한 가죽을 덮어 사이즈를 재고..
냅다 본드(바르는게 아니라 시멘트를 도포를 하는 느낌으로)를 차발 차발...
하면 이렇게 됩니다.
케이스를 펼친 상태로 붙이면 다시 커버를 덮었을 때 너무 당겨지면서 구축(拘縮)되는 문제가 있어서
조금씩 책등에 여유를 줘가면서 간격을 맞춰 줍니다.
자주 접히는 것을 고려하여 재단하는 가죽 공예 기법 같은 것을 배웠더라면
좀 더 편했을 텐데- 하는 궁시렁을 섞으면서요..
앞 커버를 열고 뒤로 젖혀 접으면, 은근히 두툼해지는데 이런 편이 이전처럼 얇았을 때보다 그립감은 더 좋습니다.
커버 원단이 뭉치는 게 오히려. 좋아!
손바닥 근육이 경련할 정도로 얇은 물체를 오래 들고 있어야 했던 상황에서 많이 나아진 덕에 아주 만족스러웠던 리폼이었습니다. :)
이때까지는 말이지요...
손으로 휙 휙 쓸면 색이 바뀌어서 그림을 그리거나 이미지가 드러나는 쿠션이 유행했던 것처럼
눈에 꽂히는 화려함을 더하는 프리즘 스팽글로 시야를 빼앗아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어떤 격언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그제야 깨달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뭐든지 물건은.. 이쁘기만 하고 단점이 더 많으면 그냥 이쁜 쓰레기가 된다는 사실...
그 중에도 가장 큰 문제는.... 스팽글에 손이 긁혀서 멀쩡한 날이 없었다!
자잘하고 날카로운 상처가 생겨버린 사람 손도 괴롭지만
가죽을 커버로 사용하는 물건들을 함께 넣어다니다 보니 주변의 모든 가죽 물품에 생채기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지금이라면 책 비닐도 씌운다거나, 더 나은 요령을 찾았겠지만, 그 시절의 난 너무 지쳐 있었지......
결국 이 케이스는 소리 소문도 없이 어디론가로 사라지고 맙니다...
お元気ですか ?!!! 잘 지내니? 난 그냥 그렇다!!!!
그리고 한권만 덜렁 사왔을 리 없는 맥시멀리스트! 어리석은 저! 는 남겨진 채 써보지도 못한 스팽글 커버 노트를 보며
저걸 어떻게, 다시 해봐...? 하는 고민을 오늘도 하고 있습니다.
저게 예쁘긴 진짜 이쁜데, 뭐 어떻게 할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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