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장에 비치는 거 싫어!
펜을 갖다 대기만 하면 번지는 종이와
뒷장을 넘기면 앞장의 펜이 닿았던 자국이 진하게 남아 있는 등, 종이 하나에도 희노애락을 느끼곤 합니다.
기껏 마음에 드는 색의 펜을 썼는데 뒷장에 난리 난 것을 보면 현타가 씨게 오거든요.
거미 줄처럼 실 같이 잉크가 번지는 페더링 현상이 일어나는 종이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지라
잉크가 번지고 뒷장에 비치는 등의 문제가 없는 종이들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에 적합한 종이를 추천하면서
수채화와 만년필 잉크를 활용한 그림 저널 꾸미기 과정입니다.
BGM으로 그리는 내내 리듬이 회전목마스러운(?)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를 틀어 놓고 그렸더니 자동으로 멀미가
살짝오는 느낌의 플레이리스트였다는 후문을 추가합니다....
수첩이 비싸다고 좋은 종이는 절대 아님
옥스포트 학생 노트부터 품질 대비 비싸기는 더럽게 비싼 몰스킨까지,
종이를 쓰는 것에 맞춰 종이의 질을 굉장히 따지게 되어서 종이 유목민 생활을 한동안하고 나서
몰스킨은 솔직히 말해 제품 퀄리티 대비 가격 거품이 굉장히 심한 편입니다.
이렇게 대놓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최근에 가격이 애미애비 없는 몰스킨 제품을 하나 더 사고
아이고.. 나 진짜 학습능력이 없구나-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소비자는 깔 권리가 있다고!
가장 스트레스로부터 안전하면서, 만년필, 사인펜, 가벼운 수채화까지 가능한 종이는 토모에 리버입니다.
국내에서는 미도리 MD노트로 유통되고 있는 제품인데, 트래블러스 노트를 아는 분들이라면 친숙한 브랜드입니다.
필기감에 목숨을 걸었다고 할 정도로 종이의 질에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고요.
A5사이즈의 L 라인으로 사용하였고,
제본이 본딩이 아닌 실로 꿰매어 만든 실 제본이라서 분해하여 활용하기에도 좋습니다.
쓰다보니 종이가 참 마음에 들어서 A5 바인더에 이식하기 위해 분해를 한 상태입니다.
한번만 잡솨봐. 딴 거 못 먹어!
화이트 방안 : 수채화 목마 출발합니다!
에버랜드를 마지막으로 간지 어언 10년 차,
난 타보지도 못한 티익스프레스는 고이 접어 나빌레라하고
개인적으로는 놀이기구로써 존재하기보다는 비주얼 센터담당과 분위기 메이커의 포지션이라고 주장하는
회전목마를 그려보기로 합니다.
놀이공원가고 싶습니다.... 나도 놀고 시퍼어.....
라이너로 밑그림을 그리는 내내 쇼스타코 비치의 왈츠는 계속해서 돌아갑니다.
책등의 실을 따내면 한 장 한 장 분해할 수 있어서 접힌 상태로 펀치를 뚫어도 좋고, 페이지를 따라 잘라서 활용해도 좋습니다.
본딩으로 종이를 상하게 하지 않겠다는 집념이 느껴집니다.
종이의 품질과 필기감을 향한 아이덴티티가 다시 한번 드러나는 부분이랄까요.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않을 수도 있는데,이 MD노트의 특이한 점은 [화이트 방안]이라는 점입니다.
보통은 밝거나 어두운 회색으로 칸을 프린팅할텐데, 글 쓰는데에 거슬리지 말라고 흰색으로 방안을 프린팅한 제품이에요.
평소에 만년필이나 펜으로 필사를 할 때도 의식하고 보지 않으면 거슬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훨씬 보기좋기도 하고 예쁩니다.
어두운 갈색을 칠하니까 그제야 뚜렷하게 드러나는 화이트 방안. :)
투명하게 비치는 느낌이라 방안 망입유리를 덧씌운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너무 컬러풀한 느낌이 아니라,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세피아톤의 우울하면서 경쾌한 왈츠와 러시아 느낌을 내려고
톤 다운한 갈색과 회색을 위주로 색을 얹어줍니다.
종이가 워낙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한 느낌이라 물을 얹어도 거의 울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건조해주면서 여유롭게 채색하면 따로 스트래치 해주지 않아도 괜찮더라구요. :)
배경까지 채우고, 마무리한 후에 펀치를 뚫어서 바인더에 이식해줍니다.
전 집중을 해야할 때는 노래 한 곡만 계속 돌리는 편이라서
회전목마를 개장부터 폐장 때까지 계속 타고 있던 듯한 멀미를 느꼈습니다.
어우, 쇼스타코비치 선생님 저 좀 내릴게요... 하고 음악을 끕니다.
카페에서 한가롭게 놀다가 문득 회전목마가 떠올라서 슬쩍 펼치고는 혼자 히죽거려봅니다.
필기와 그림그리기가 모두 가능한 두껍지 않은 종이를 찾으신다면 한번 써보시기를 추천합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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