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
배식실을 '최후의 만찬'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철창 안의 지져스.
신은 6일만에 세상을 만들었다는데 그 역시 못하는 것 없는 사업가(?) 한이사, 한재호(설경구).
배신, 정치, 생존 악마의 시험에 든 지져스를 둘러 싼 감옥의 상태계에서
성경을 들고 마귀를 피해 따라온 죄수는 조현수(임시완)라는 사도의 강림에 할렐루야를 외친다.
다른 리뷰들도 이미 본 상황이라 아무래도 중복되는 내용은 서술하기 번거로운 고로
영화의 줄거리보다는 주석을 붙이듯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리뷰이다.
그렇다고 스포일러가 없는 것은 아니니 주의하세요.
영화를 본 다음에 정리 차원에서 읽는게 나을 겁니다.
ㅡ
주인공 현수는
순백의 순수했던 청년 현수가 피와 악에 물드는 과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리뷰를 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웃음)
현수가 잠입수사를 꺼림칙해 했던 건 감옥에 들어가면 빨간 줄이 생기는 것과
주기적으로 투석을 해야하는 엄마가 걱정되어서 위험 부담이 싫은 탓일 뿐 -
남을 속인다는 것이나 범죄자와 어울리는 게 싫은 '평범한' 순수함은 아닐 터다.
경찰의 정의감이고 나발이고 그딴 건 없고ㅡ
단지 팀장이 자신을 어떤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는지를,
그리고 상사나 조폭이나 똑같은 쓰레기들이라는 걸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순진한 애송이'였던 것이다.
어차피 경찰은 범죄자들과 살을 부비며 살아야하는 까마귀 사이의 백로 아닌가.
문제는 좀 거뭇거뭇한 백로라는 것이고. 자기 정체성을 까먹으면 훅 가는 거다.
어차피 악당 속이는 건데 뭘 양심의 가책을 느꼈겠어.
법 수호, 정의구현에 오른쪽 몸을 담그고 이미 범죄와 폭력에 왼쪽 반신을 담그고 사는 존재들이다.
그러니 충분히 껄렁하고 충분히 폭력적이며 충분히 악에 쩔어 있는 상태이다.
반폭력 폭력주의자.
사과할 줄 아는 유일한 인간
그런 현수의 이탈의 원인은 원하지 않았던 잠복수사 때문인가?
엄마의 사고를 위장한 죽음 때문인가?
사실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이었든
'들킨 것'이 이유였을 뿐이다.
재호를 담그려 직접 빵에 행차한 김성한(허준호)의 배후가
자신의 보스인 고회장(이경영)이라는 것도
=이미 같이 자기 삼촌인 고회장을 배신할 계획을 세운
고병갑(김희원=고상무)의 정보가 원인이다.
재호 : '20년 동안 모신 영감도 뒤에선 내 목을 따려하고 있지.'
방심하고 관광객의 셀카에 브리핑 현장이 노출 된 것도
(망할 sns 망할 sns 망할.....)
=결국은 엄마의 죽음의 원인은 현수가 경찰임을 들킨 것
(아니 그전에 이보쇼 천팀장(전혜진).
무슨 잠복수사 브리핑을 어느 나라 경찰이
남들 다 돌아다니는 쇼핑 아케이드 한복판에서 하나?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고 SNS는 시도 때도 없는 세상에?...)
결국은 천팀장이 변절된 현수를 다시 꼬드기기 위해
엄마의 교통사고 장면의 cctv 영상을 보여준 뒤
경찰 편에서 재호를 유인하게 만든 것도
=엄마를 죽인 것이 재호였음을 들킨 것
cctv에 찍힌건 재호의 부하 중 한명, 약물 반입때 천팀장에게 물먹이는 장면에서
현수와 같이 보트에 타고 있었던 남자이다.
어차피 서로를 속고 속이는 바닥에서 하필 진실을
적에게 들켰던 것이 모든 불행의 이유이다.
그리고 이용당한 것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팩트가 사람을 미치고 환장하고 복장터지고 눈물나게 한다.
'그냥..... 끝까지 모르지 그랬어.'
분명히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재호는 총구로 사랑하는 현수를 겨누며 그리 말했다.
내가 걸고 넘어지고 싶은 문제는
진실을 모두 남에게서 전해 듣는 구조라는 것이다.
'사실 그거 내가 그랬어.' 라고 말하는 놈이 현수 뿐이라는 거라고.
'형, 나 경찰이야.--' 가 유일하게 진심으로 미안해서 스스로 나온 대사이다.
그래서 어떻게 경찰을 감았느냐 캐묻는 병갑에게
'걔가 너무 착해서 그래. 너나 나 같은 놈들은 이해 못한다' 고 말한 것일 터다.
미안함을 솔직하게 말하고 남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건 평범한, 행복한 사람들의 특권이라는 것이고.
이 스토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ㅡ
숨길 거면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진실을 아예 쎄멘에 공구리쳐서
동해 바닥에 박아버리듯 매장해버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끝까지 들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 한재호. 상황이 아니고 인마. (쯧)
진실을 숨기지 못하는 바람에..
어설프게 숨겼던 정체와 진실이 탄로나면 어떻게 될까?
천팀장은 '어설픈 죄책감 같은 건 버려.
당하는 쪽이 잘못한 거고 , 그게 나쁜거야.' 라고 말한다.
그래서 경찰임에도 잠복수사를 그만두고 싶은 현수를
징역과 모친으로 협박하고 걸핏하면 변절을 의심한다.
이건 뭐 뱃지만 단 깡패지. 남의 가장 아픈 진실을 가지고 자기 작전을 위해 기꺼이 이용한다.
마치 색계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자원한 여대생에게
친일파 장교와의 지속적인 성관계를 강요하는 독립군과 다를 게 없다.
어느 쪽이 진짜 나쁜 놈일까?
1. 수단과 방법을 너무 지나치게 가리지 않고 실적이 목표인 경찰이든,
2. 비록 애 엄마를 죽였지만 경찰이 못하는 일인 장례식을 치르게 길을 터주는 약장수 조폭이든,
사실 연관 되는 그 순간,
어느 쪽에 동조하던간에
안타깝게도 무조건 기승전나쁜놈이 되는 게 불한당의 세계이다.
어쩜 이렇게 답답하게 꽉 막혀서 죄다 나쁜 놈들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수사과정과 반전 요소를 가지고 스토리를 풀어가는 여타의
액션, 수사, 서스펜스, 추리물과의 다른 점일 것이다.
참고로 이 영화는 그 범주에 속해있지도 않다.
그냥 로미오와 줄리엣이고
트리스탄과 이졸데이며 유다와 예수이다.
요점은 재호의 일방통행이라는 점이고.
난 왜 자꾸 나쁜 놈보다 더 나쁜 경찰과
자꾸 마음 열게 만드는,
기대고 싶은 정 생기게 하는 조폭의 구도가
신세계에서 괴로워하는 자성을 떠올리게 되지 ㅜㅠ
어제의 내 부하가 오늘은 내 뒤통수를 치는- 조폭의 생리 때문에라도
그들은 강박적으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다짐을 받아내는 것일지 모른다.
ㅡㅡㅡ
재호는 뭐.. 그렇게 됐다
'형은... 이렇게 사는 거 안 지겨워요?'
현수의 이 대사는 유능하다는 이유로 이용당하고
엄마의 죽음에 조차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재호에 대한 신뢰와 자기를 등쳐 먹는 경찰에 낀 신분이라는 교차점에서
피곤하고 지친 마음의 표현이라면
'.. 안 지겹냐? 이렇게 사는 거...'
현수의 세치혀에 유일한 동지였던 병갑을 죽이고 짐을 싸던 중에 탄식하듯 내뱉는 재호의 대사는
누구 하나 마음대로 믿지 못하고 마음을 줄 수도 없고,
언제 누군가의 배신에 소리 없이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그리고 현수가 언제 자신을 떠날지 알 수 없는
척박하고 황량한 자신의 세계에 지쳐 나온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그는 늘 경찰의 커넥션인 현수가 제자리로 돌아가겠다고 할까봐 불안했다.
'버림 받는 거엔 익숙하거든.'
'지금까지 몇 놈이 나한테 붙었다가 떨어져 나갔는 줄 알아?'
늘 자신을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했겠지.
그래서 덫인 줄 알면서도 자신의 악행들을 밝힐 수 없는 대상인 현수에게 "다 싹 정리해버릴까?"라고 말한 것일 터다.
그래, 다 정리하고 없던 일로 치고 둘이 떠나 함께 하는 상상을 했겠지.
어떻게든 현수를 온전하게 손에 넣어보겠다고 엄마를 죽인 것이 재호의 자충수가 되었다.
자기는 살아온 방식대로 현수를 감아봤는데, 정말로 손에 들어 올 줄은.
현수의 고통에 그렇게 자신까지 괴로울 줄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끝내 자신의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사실도 절망스러웠을 터다.
영화 시작에 병갑은 말한다.
사람을 죽이는 죄의식을 옅게 만드는 건 무기의 발달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총은 그 거리로 인해 양심을 덜 괴롭게 하는 간편한 무기라고.
그래서 모친을 재호가 시켜 죽인 것을 들킨 이상
자신을 떠날 것이 분명한 현수에게 총을 들었고,
덜 괴롭고 싶어서 칼도 손도 아닌 총을 겨눴지만 차마 끝내 쏘지 못했다.
현수에게 미안하고 죄스럽고 사랑스러우니까.
그러나 주의할 점은 현수는 아주 단순하게
모친을 죽이고 자신을 속인 것이 미안해서 그러는 줄 아는데, 그거 아냐 멍충아....;;
설마 자기는 의리와 신뢰라고 생각하는 관계가
상대에게는 그것이 아닐 걸 상상도 못하고 있다.
원래 짝사랑은 당사자만 빼고 다 안다잖아.
재호가 자신의 행적을 후회하고 괴로워하는 건
상대가 딴 사람도 아니고 현수라서 그런 거다.
그러나 모친을 잃고 모든 것을 잃은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현수는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서 배신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이용당하고 재호 자신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고 상처 받았기에
지금에 이르고야 만것을 가장 뼈저리게 잘 알고 있는데 말이지.
서로에게 입을 맞춰 예수임을 고발하고
끝내 목을 매어 자결하는 유다.
ㅡㅡ
확실한 건 이 영화가 망했다는 수식어로 종결되는 흥행 성적을 낸 건
감독의 진행탓도, 연기자의 탓도, 시놉시스 탓도, 개연성 탓도, 미술 / 연출 탓도 아니고
'뭐가 빠진 듯이'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은 찜찜함 탓이다.
분명히 재호 쪽으로 붙은 건 맞는데
천팀장의 밀당으로 경찰 쪽에 다시 붙는 ㅡ
매우 폐쇄적이고 극단적인 환경 조건에서 쥐어뜯기고 얻어터지기만 하는,
머리는 빠르지만 강직하지는 못한 현수 때문인가?
상대를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주제에
엄마의 죽음에 감옥에 갇힌 채 오열하는 현수를 보고 일그러트린 얼굴,
현수만 보면 피식 웃는 표정,
첫 대면에 친근하게 부르는 유일한 호칭 자기야,
무슨 이유에서건 불쑥 만져보고 싶어하는 손,
존나 아프지? 야, 꼭 이렇게 해야겠냐?
위장을 위해 현수를 쏘며 덩달아 아파하는 몸짓,
현수를 건드리는 자에게 가하는 가차 없는 응징,
화물 입항을 위한 위조 도장을 되찾으러 갔을 때
적절한 타이밍보다도 성급하게 들어가자며 병갑을 재촉하는 재호에게
'너 그 꼬마 새끼 걱정되서 그러는 거지?' 하고 떨떠름하게 말할 정도로 대놓고 엄청 편애하는데다가,
돌입 첫 대사가 '자기야! 내 왔데이!' 라며 대놓고 납치당한 애인 구하러 온 남친 같은 대사를 하고
나중엔 총을 겨누고서도 뭔가에 씌였다며 자조하는 재호 탓인가?
아니?!!!!!!@~/~<#&-^÷-
둘이 뭐 이렇다 할 씬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 밑밥은 깔려 있는데 대놓고 재호가 현수를 ㅡㅡㅡ 이 없기 때문이다.
멀찍이서 바라만 보다가도 (마음이) 다급한 순간엔 거친 숨을 내쉬며 현수를 만졌던 재호의 -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개연성을 가진 이 단하나의 진실은
말이 아닌 행동과 눈빛과 줄거리에 다 나오는 데
정작 톡 까놓고 말을 안해!!!!
이 무슨 열린 멜로도 아니고;;;;;
사실 그거 하나면 느와르로 포장을 하고 있는 이 영화의 장르가
천지개벽을 하고 관객의 타게팅 판도가 쓰나미를 일으키며 퀴어물로 탄로나 아예 망하던가
혹은 왕의 남자처럼 감격에 겨워 극장을 10번 레이드 도는 빠순이들이 생성되었던가 ㅡ
둘 중 하나는 확실히 해냈을 텐데 말이다.
어차피 '한재호는 남색도 여색도 다해' 가 빠진 순간 가장 중요한 링크를 날려버린 것이다.
이 모든 흑막은 제작사에 있다고 이미 들어 알고 있다.
(Cj 너...... ㅂㄷㅂㄷㅂㄷ)
---
물론 나는 현수가 재호의 흑심을 몰랐다-에 한 표이다.
그러니 정작 그가 자신을 만질 때도 ???인 상태였고.
자신이 재호에게 있어 어떠한 욕구의 대상이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그래서 불쾌하다는 표정이었던 것인데)
그러나 그게 순애인 줄은 모르는 그런 상태..
이 형 갑자기 왜 이래? -_-? 설마, 나한테...? 왜? 하는 표정으로
현수의 상황을 정리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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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죽고 찾아온 침묵의 평화 속에서 혼자 덩그라니 남겨져 현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ㅈ같다고 밖엔 표현할 길이 없는 경찰의 세계?
의지하고 믿었더니 알고보니 뒤통수 치는 조폭의 세계?
끝까지 모르지 그랬어 ㅡ .
재호는 원하든 원치 않았든 처절한 외사랑으로 인해
정 붙이고 의지할 곳 없는 외롭고 황량한 세계로
현수를 추락시키는 데 성공했다.
ㅡㅡㅡㅡ
내 머리 속에는 현수와 재호가 북유럽 어딘가로 떠나 살고 있으면 좋겠지만
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혹은 유다와 예수인 두 사람이 결국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슬프다.
아 물론 그것도 원래 정상노선으로 탔어야할 퀴어 멜로의 스토리상에서의 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불독 같이 살벌한 인상이지만 재호에겐 한 없이 쭈굴텅-하고 시무룩한 캐릭터인
병갑에게 눈이 갔다.
공격적인 외모와는 달리 "생선은 눈깔을 희번뜩거려서 무섭다"질 않나
삼촌인 고회장에게 자진모리 장단으로 뺨을 맞고 훌쩍거리며 울질 않나
게가드를 치고 나서 "야... 얘 안죽었어..;;;;" 하는 장면 같은 거 ㅎㅎㅎ
나중에 인터뷰 글을 보니 애초에 재호에게만 약한 동성애 캐릭터였다니.
난 어글리 큐티에 약한가 보다;;
ㅡㅡㅡㅡㅡ
추가: 감독의 소셜 미디어 자살폭격으로 인해
많은 팬들이 실망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게 소셜은 인생낭비라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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